고양이 버리기

eg 2012.08.15 19:27

나는 네코마미다.

나는 캣맘이다.


2010년 7월. 본격적으로 캣맘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여름 어느날 살고 있는 동네 인터넷 동호회를 들여다 보고 있던 나는 그냥 읽어버리고 지나쳐버릴수없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내용은 아파트단지내 놀이터 모래를 고무매트로 바꾸냐 마느냐에 대한것이었는데, 사람들의 찬반시비가 논의되고 있었고, 놀이터 모래에 대한 더러움을 이야기 하던중 고양이의 분면으로 인한 세균,더러움,병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놀이터를 모래로 유지하려면 모래를 더럽히는 고양이를 싹 잡아다가 죽여야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와있는 상태였다.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사람이 그런짓까지 하겠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12년간의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와 집밖으로는 잘 나가지 않는 생활을 고수하고 있던 내가 매일매일 분주하게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하고,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시청으로 뛰어가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고양이를 죽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마지막으로 아파트단지 소장과 입주자대표들을 만나 내가 고양이를 관리할테니 죽이지 말아달라, 대신 T.N.R로 개체수 증가를 막겠다는 이야기로 교섭을 끝냈다. 이과정에서 배운건, 결국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였다.혼자 뛰어라! 결과는 나온다!인거다.

정보를 얻기는 했으나 뛰어다니고 도움을 요청해도 어디서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저 정보를 얻은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렇게 나는 캣맘이 되었다.

아프면 학교도 쉬엄쉬엄 다녔고 농땡이 치는법이라면 모르는게 없을정도로 고수에다가, 게으르기로 따지자면 집에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 다섯마리를 합한것만큼 게으르고 늘어난 자전거체인처럼 늘어져있던 내가 캣맘을 시작했다.

캣맘은 쉬는날이 없다. 빨간날도 없고 여름휴가도 없다.물론 생리휴가도 없다.

하루이틀사흘-한달,두달,다섯달. 캣맘이력이 늘수록 길고양이 밥주는방법,길고양이 다스리기, 길고양이 생태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노하우가 늘어갔다. 

아파트 자체내에서 고양이포획을 위해 설치한 통덫을 발견하고서는 틈만나면 뛰어나가 통덫에 걸린고양이가 없나 살펴보았다. (발견하면 풀어줄속셈이었다) 아파트단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모든걸 내게 맡긴다고 했으나 자체포획을 시도했고, 몇달이 지나도록 한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단지내놀이터 모래vs매트사건도 한쪽은 모래로, 한쪽은 매트를 까는것으로 종료되었다. 나역시 티엔알을 약속했으나 시행하지는 않았다. 종종 길고양이가 아닌 키우다 버려진 고양이나 개를 줍기도 했는데, 이 경우에는 내가 평생을 책임질 생각으로 중성화수술을 시켜서 까다로운 자체 입양 절차를 거쳐 괜찮은 사람들에게 입양을 보내기도했다. 물론 이건 버려진아이들에게만 적용시키는 룰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 길고양이의 생태계에 대해서 모르니 함부로 손대지 않았다.매일매일 밥을주며 지켜보고 생각하고 공부했다. 그렇게 1년을 밥을주고서는 결심했다. 나는 내가 거둘 생명이 아니라면 손을댈수가 없다로.



길고양이에게 밥을 제공하다보니 동네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나 다른 캣맘들과의 교류도 생겼다.

인간관계. 사람과 함께 더불어살기. 이런거에 취약한 내가 노력을 하게 되었다. 거기서 배운건, 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해서, 길고양이에게 양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좋은사람일거라는 등호식을 섣불리 붙여서는 큰코다친다는 사실이다.


엊그제 내가 캣맘생활을 시작하게된 계기였던 아파트단지에서 고양이 두마리를 내다버렸다. 그리곤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내보냈다고.(어쩌라고!!) 그집은 2년전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입주자대표가 사는집이다. 2년전 흔쾌히 정자뒤에서 밥을주세요-라고 말했던 대표였다. 그래서 나는 내내 그사람에게 그리고 아파트 소장에게 고마와하고 있었다.

그렇게 밥을 주다보니 정자가 있는곳 바로 앞단지에 살던 대표의 아내라는 여자를 알게 되었다. 집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 아파트 입대위대표의 아내였던 L씨는 가끔씩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는것도 알게되었다. 너무나 신났다.

이나라 대통령처럼 안고서 펄쩍펄쩍 뛸 손녀딸이 없어서 아쉬웠다. 입주자대표의 아내가 길고양이 밥을 주다니!! 신나고 고마왔다. 하지만 아무것도 요구하지는 않았다. 길고양이 밥을 챙겨준다는것이 어떤일인지 아니까.그냥 그집에서 챙겨주는건 챙겨주는걸로. 나는 내가 해오던대로 계속 해가지면 어두운옷차림을 하고 고양이만큼 어둠에 눈이 밝지 못하니 조심조심 더듬더듬 동네를 돌았다. 길고양이 밥을 주기시작한 L씨는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몇몇 마음에 드는 아이들(버려졌거나,병들어서 돌봐주어야할)을 친히 거둬서 집에 데리고 있으며 돌보다가 괜찮은 입양처를 찾아서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번 신났다. 


이번에 버려진 아이들은 그집에서 거뒀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둘이 한쌍이다. 길에 돌아다니니 당연히 길고양이였다. 언제나 둘이 함께인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덜컥 L씨가 고양이가 너무 붙임성도 좋고 예쁘고 정도 가고 하다며 집으로 들였다. 그리고선 알게된 사실이 너무나 놀랍게도 그녀석들 버려진 고양이들이었다. 그것도 중성화까지 시켜서는. 그런 마음아픈 사연이있는 아이들을 거둬주시다니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왜? 나는 못하니까. 내게는 열여섯살이나된 노묘가 있고 그 밑으로 주륵주를 주르르르륵 동생들이 네마리가 더 있다. 열여섯살된 할매고양이도 그 밑으로 주르륵들도 버려진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다. 그런 고양이들이 모여서 얼쑤~집찾았네 하며 잘 살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집은 면적대비 인간과 고양이의 비율을 보면 포화상태인것이다.


예쁘다며 한마리, 그 짝지라며 나머지 한마리까지 들여놓은 L씨. 1년여만에 그 아이들을 다시 내놨다. 이유는 베리 컴플리케이트 곱하기 백이라고 하셨다. 남편분이 아프다고 했다. 당뇨병이라고. 당뇨인데 곧 눈이 실명될 위기에 관절이 썩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픈게 고양이 때문은 아니잖아요? 라고.

그랬더니 고지혈증이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된다고. 그런데 고양이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당장 오늘이나 내일 입원을 해아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나는  남의집안일에 감놔라배놔라 하지는 않는다. 나는 워낙에 남의일에는 관심없는 캣맘이니까. 그러던가 말던가.하지만 다시 버려진 아이들을 눈앞에 두니 목이메이고 가슴가득 독기가 어린다.


버려진아이들 걱정에 일찌감치 밥을싸들고 나간다. 쭈그리고 앉아 미안해,미안해를 백만번 되뇌이며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주고있는데 입주자대표인 그집 남편이 나와서는 내게 말을 건다.

대표 "얘기 들으셨죠-"

나  "뭐요? 고양이 내다 버린 얘기요? 걔들이 여기 있으니 알겠네요."

대표 "내가 에지간해서는 고양이 버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 상황이 거 아시는것보다 백배는 심각합니다. 백배는."

나 ............. (ㅆㅂ ㅆㅂ 내가 아는 욕이 없어서 ㅈ넨 아쉽다 ㅆㅆㅆ)

    "내가 알필요는 없는 얘기잖아요"

대표"아 뭐 그래도 고양이 밥도 주시고 하니까."

나 ........ ㅆㅃ 어쩌라고.

대표 "지금 거 집에 있는 두마리도 곧 남주거나 어디 보낼검다. 뭐 그렇게 아시고. 자세한 얘기는 내가 쪽팔려서 못하니, 내 아내한테 들으쇼"

하고는 걸어가서는 운전하고 가버렸다.


곧 실명한다는데 운전은 해도 되는걸까? 곧 실명할 정도면 안보이는거 아닌가?이쯤 되니 마음에 어린 독기가 스물스물 밖으로까지 뿜어져 나오며 집에 새로 마련해둔 철팬 무쇠팬이 생각나며 어떤게 그립감이 좋았지? 하고 비교까지 해보고 있었다.

나 이제 곧 마흔. 스무살때부터 내 유일한 바램이자 소원. 곱게 늙자. 곱게 늙자. 곱게 늙으려면 곱게 살자. 마음도 곱게 쫙쫙 펴고. 바른마음 예쁜  말씨.아름다운 몸가짐으로 고운 주름 얼굴에 세기며 곱게 늙자였던 내게 인생 최대의 스트레스가 몇톤의 무게도 달려들고 있었다. 남편과 잘 싸우지도 않는 내가 일주일을 남편과 싸우며 느꼈던 스트레스,화는 새발의 피였다.

그리고 실명위기에 관절이 썩고 있다는 그분은 오늘은 술을 마시고 뻗겠다는 글을 동네 인터넷 동호회에 올렸다. 나름 동네 동호회 싸이트에서 인기인에다가 추종자들도 있는듯했다.

당뇨에 술을 마셔도 되는거였구나.

아직 입원 안했구나.

나참.


아파트단지의 어이없는 모래냐 매트냐의 싸움에 휘말려 죽을뻔한 고양이들을 위해 뛰어다녔던 나는 한달에 몇십만원의 돈을 길고양이들의 사료값으로 지불하고 있다. 말없이 내게 동조해주는 내 남편에게 한없이 고마울뿐이다.내게  돈이 많아 취미생활을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다. 돈 없다. 어떤때는 그 싸구려 길고양이 사료도 사지 못해 집에있는 다섯마리 고양이들 사료를 탈탈 털고 여기저기서 구걸하듯 가져온 멸치의 염분을 제거하고 시어머니꼐서 남편 구워주라고 주신 생선을 삶아 양을 맞춰 가져나가기도 하고, 정말정말 먹일게 없을때는 쌀밥을 해서 사료와 섞어 양을 불려서 나가기도 했다. 겨울이면 물이 얼어 하루에  몇번씩 나가서 따뜻한 물을 부어주고 물이 얼기전에 고양이들이 와서 마셔주길 바라며 겨울을 나기도 했고, 봄이되면 기생충약 먹여가며 아이들을 돌보았다. 


이런 시간을 보내며 뒤늦게 많은것을 배우게 되었다.

어려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감정들을 길고양이들 밥을 주며 알게되고 깨우치게 되었다. 

월화수목금토일 먹어대던 육식을 없앴고, 고마와할줄알게 되었다.

동물의 감정,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고 알프스의소녀같은 에니멀커뮤네이터 하이디 아줌마를 만나고 싶어졌다.



내나이 스물셋에 아무것도 모르고 버려진다길래 덜컥 데려와서 키우기시작했던 작고 어렸던 하얀 고양이는 16살이 되었고, 힘들었던 유학생활중 내 룸메이트로 내 동반묘로 그리고 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까지 같이 해서도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물론 남들이 상상하는 거의 모든 상황을 겪었다.

버려라 남줘라로 시작해서 탁묘 호텔링 이 모든것을 다 겪게 만들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이 고양이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것을.

그리고 제일 중요한것. 생명 이라는것을 알게 해주었다.

또 하나 그 생명과 함께 하며 동반되는 책임이란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거둔 아이들을 결코 져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나와 함께 해줄 남편이 있다는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힘드니, 내가 아프니, 가족이 반대하니,내가 결혼을 해야하니, 내가 애를 낳아야하니-라는 동물을 버리는  그 어떤 상황도 다 사람이 만드는 상황임을. 그래서 반려동물을  상황에 따라 버린다는게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게" 내가 에지간해서는 고양이 안버립니다"라니.

다른 모든 반려동물을 내다 버리는 사람들도 똑같이 말하겠지. 그럴만하니 내다 버린다고.


내가 아는 한, 인간에게 그런 에지간한 상황이라는것은 없다.

그냥, 싫은거다.

돈이 들어서 싫은거고,

귀찮아져서 싫은거다.

다리가 부러져서 치료비가 150만원이 든다고 안락사 당하기도 하고,

재밌고 귀여워서 키웠는데 귀찮아서 내버려지고,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함께 할수 있다는걸 안다.

왜? 우리 각하처럼 나도 내가 다--------------- 해봤으니까. 


그나저나 몇번이나 버림받은 이 불쌍하고 처량한 한쌍의 고양이들을 이제 어째야 할까.

(글로 다 쓰지 못한 부분에서 한번 더 버려진 일이 있었다)






Posted by nekom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