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아들 돼지. 혹은 고양이 아들 개.
잔다-먹는다-논다
그것도 혼자 논다.
아주 잘 논다.
성격파탄 고양이에 까칠 앙큼 고양이, 입짧고 자주 성깔 부리는 고양이, 내숭 발랄 고양이들과 함께 살던 집에 (잠시) 들어온 짤짤이. 아파트 구석 화단에서 비맞으며 울고 있던 녀석. 밥주려고 손내밀었더니 밥은 필요없다며 얼른 뛰어와서 내 다리에 부비적 거리던 짤짤이.
장난감 하나 던져주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사람에게 놀아달라 조르지도 않고 혼자서 열혈 놀이에 열중하는 녀석.
같은 공간에 있는걸 봐주기는 하겠으나 내 앞을 지나가거나 내가 가는 길에 있는거는 못봐주겠다며 한대씩 꿀밤을 쥐어박고 지나가는 둘째고양이 순이에게 늘 얻어 맞으면서도, 허허허 웃으면서 네- 하고 앉아있는 녀석.
딱 한번 순이가 여러대를 때렸던날, 잠깐 화가 났었던지 털을 세우길래 가만히 옆에 다가가서 "짤짤아, 누나가 때리면 그냥 맞아주는게 신사야" 라는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했더니 그 뒤로 다시는 화를 내지 않는다.
화 낼줄을 몰라서가 아니다.
짤짤이는 참는다.
버려졌던 기억 때문에 이 집에서 눈치를 보는 것인지 일단 참는다. 단지 참지 못하는것은 맛있는 깡통들.
나는 이렇게 고운 심성의 고양이를 처음 만나보았다.
사람에게도 하악질 한번 하지 않고, 고양이들에게도 화 한번 내지 않는다.
무슨 일때문인지 우리집 고양이 세마리에게 둘러싸여 털을 뽑히는 대 혈투극을 펼치면서도 털을 다 세우고 씩씩 거리며 참고만 있었다.
설겆이를 하다가 비명소리에 얼른 뛰어갔을때엔 이미 짤짤이는 두들겨 맞았고 털을 양껏 부풀린 고양이 세마리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잠시 이걸 어찌 말려야 하나, 말리지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객식구 짤짤이를 안아들었다.
흥분한 짤짤이는 무진장 화가 났었는지 1,2분동안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더니, 내가 미안하다 사과하고 괜찮다며 쓰다듬어주었더니 진정되었다.
아마도 짤짤이는 그저 혼자서 공을 굴리며 놀고 있었던듯하다. 짤이의 노는 모양에 괜히 순이가 한대 때렸고, 그 모양을 보고 나머지 고양이들이 달려와 합세한것은 아닐까 추측해보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그저 짤이는 또 참고 참으며 씩씩거리고 있었다는것 밖에.
이런 짤짤이를 가족으로 맞아주실분이 어디 없는걸까.
분명 있겠지-라고 믿어야지.